꽃 피는 봄 사월 돌아오면
내 맘은 푸른 산 저 너머로
그 어느 산 모퉁길에 어여쁜 님 날 기다리는 듯
철 따라 핀 진달래 산을 넘고 먼 부엉이 애를 끊이잖는
나의 옛 고향은 그 어디런가
나의 사랑은 그 어디멘가
날 사랑한다고 말해 주렴아 그대여
내 맘속에 사는 이 그대여
그대가 있길래 봄도 있고
아득한 고향도 정들 것 일레라
박화목 시, 채동선 곡의 ’망향’이라는 노래다. 가슴이 아련해지는 아름다운 노래다. 4월이 되면 생각나는 노래지만, 고향이 어디 4월에만 생각이 나겠는가, 그러나 꽃 피는 봄 사월이 돌아와도 파크골프장은 여전히 휴장 중이다.
산내파크골프장. ⓒ이복남하사가파크골프클럽 이영우 회장 등 임원진에서 문이 열린 파크골프장으로 고른 곳이 경주 산내파크골프장이었다. 정식명칭은 피닉스마실 산내파크골프장이라고 했다. 그런데 입장료가 1만 원이었다.부산에서 아침 10시에 차량 3대가 출발했다. 경부고속도로 언양에서 빠져나와 산내면 쪽으로 한참을 달렸더니 세상에나! 부산에는 이미 벚꽃이 다 졌는데 그야말로 벚꽃 터널이었다. 부산보다 좀 윗지방이고 산속이라 벚꽃이 이제 한창인 것 같았다.길가에 세워진 이정표를 보니 문복로라고 했는데 벚나무도 종류가 다른지 하얀색 분홍색 진분홍 등 여러 가지였고 간혹 빨간 꽃이 보였는데 빨간 꽃은 벚꽃이 아니라 홍도화(紅桃花)라고 했다.하얀 쪽배에서 낚시하는 토끼. ⓒ이복남입구에 들어서니 하얀 쪽배에 낚시하는 토끼가 우리를 반겨 주었다. 전국의 파크골프장이 대부분 문을 닫은 탓인지 주차장이 만원이라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몇 군데나 돌아야 했다.일단 시간이 어중간하니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제오종 총무가 개금시장에서 충무김밥과 시락국을 주문해 왔다. 열 사람이 오기로 했는데 할머니의 비애로 한사람이 빠졌다. 할머니의 비애라니, 비애는 아니고 손주를 봐야 할 상황이라 부득이 못 왔다고 했다.충무김밥으로 즐거운 점심시간. ⓒ이복남
파크골프장은 ABCD 36홀인데 차가 많은 만큼 사람도 많았다. 옆에는 실내 파크골프장도 있었는데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파크골프장은 비교적 잘 조성된 것 같았으나 아직 몇 년 되지 않았는지 잔디가 제대로 자라지 않아서 엉성했다.그런데 A 코스 1번 홀 왼쪽은 벚나무가 조성되어 있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얀 꽃비가 흩날려서 사람들은 와아!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꽃비가 내리는 A 코스. ⓒ이복남개인전은 자유로 AB 코스 18홀을 돌았는데 낯선 구장이 처음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피곤하다고 했다. 사람들은 간식 타임으로 떡과 물로 커피 등으로 간식을 하고 CD 코스는 단체전으로 2인 1조로 포섬경기를 하기로 했다.A팀과 B팀이 순번을 정해서 AB 팀이 한 조가 되었다. 어느 팀이 이길지는 복불복(福不福)이었다. 1조가 나가고 다음 2조가 나가고, 그런데 뒤에서 어떤 팀이 “우리 먼저 나갈게요”하고는 앞서 나갔다.모두가 서로 쳐다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우리가 8명이기는 해도 2인 1조라 공은 4개밖에 안 되므로 규칙을 어긴 것도 아닌데 장애인이라고 무시하는 거 아니냐고 투덜거렸다.낯선 구장이라 만만치 않았다. ⓒ이복남파크골프도 일종의 매너게임이다. 사람들은 최소한의 매너를 지켜야 한다. 우리 팀이 많이 지체될 경우 뒤 사람들에게 먼저 가라고 할 수는 있다. 그리고 우리 팀이 말하기 전이라면 뒤의 사람들이 먼저 가도 되겠는지 의견을 물어보는 게 예의다.그런데 의견을 물어보는 게 아니라 다짜고짜 먼저 가겠다고 통보를 하는 것은 정말 매너가 아니다. 어느 다음 홀에서 우리 팀의 한 사람이 기어이 불만을 터뜨렸다. 먼저 가도 되느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먼저 가는 것은 어느 나라 매너냐고 소리쳤다. 앞 사람도 아까 먼저 간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웬 딴소리냐고 고함을 질렀다.모두 즐겁게 공을 치고. ⓒ이복남까딱하면 큰 싸움으로 번질 것 같아서, 우리 팀원에게 그만 참으라고 만류했다. 기분 좋게 와서 싸움이 나면 서로가 기분이 더러울 테니, 그만 참으세요.CD 18홀을 돌고 노금래 경기위원장이 점수를 합산했다. 시상은 저녁 먹는 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짐을 챙겨 나오면서 보니 카페도 있었다. 그런데 다리 건너에 있는 돌담 카페는 계단도 돌담으로 조성되어 있어서 장애인은 이용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층층계단 위에 있는 카페. ⓒ이복남산내파크골프장을 추천한 권순호 부회장은 산내가 한우가 유명하므로 한우구이를 먹자고 했다. 한우구이라면 비쌀 텐데? 자기가 절반을 부담할 테니 나머지를 부담하라고 했다.부회장이 추천한 한우집은 산내 읍내에 있다고 했다. 읍내로 가는 길, 왼쪽에 저수지가 있었다. 우리나라 남한의 강은 대부분이 남쪽이나 서쪽으로 흐르는데 유일하게 거꾸로 흐르는 강 즉 동쪽으로 흐르는 강이 하나 있으니, 포항으로 가는 형산강(兄山江)이다.형산강은 길이 63.34km, 유역면적 1,132.96㎢인데 경상북도 경주시 서면 도리(道里) 일대에서 발원하여 경주시를 지나 안강읍의 동쪽 경계를 흐르다가 포항시 연일만으로 흐른다고 한다. 형산(兄山)이라는 이름은 경주시와 포항시의 접경에서 제산(弟山)과 마주하고 있는 형산(兄山)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대현지 저수지도 흘러 흘러서 형산강으로 합류한다고 한다.형산강으로 흘러가는 저수지. ⓒ이복남산내 읍내 한우 고깃집에 도착했는데, 아이고 식당이 문턱이 높았다. 그리고 입식이기는 해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식당 뒤편에 있는 천막 아래 자리를 잡았다.고기 이름이 뭐더라? 필자가 아는 이름은 제비추리밖에 없었다. 권순호 부회장이 아는 집이라고 뭐라고 주문을 하는 것 같았는데, 늑간살 살치살 갈매기살 등의 모둠이라고 했다. 상추 고추 마늘 등 야채 외에 절임 깻잎과 명이나물 등이 밑반찬으로 나왔다.한우 특수부위 모둠구이. ⓒ이복남
고기를 굽는 동안 노금래 경기위원장이 단체전 등수를 발표했다. 1등 1조, 2등 2조, 3등 3조 4등 4조, 하하하하, 어쩌면 등수하고 조하고 같이 가냐, 1등 상금은 500,000원, 2등 상금은 400,000원, 이 상금에서 0두 개를 뺀 액수가 실제 상금이다. 회원들은 상금 봉투를 총무에게 내놓았으나 상금은 기념이니까 총무가 안 받는다고 했다.회원들이 밖에 나오니까 너무 좋다고 했다. 사실 소고기 특수부위 구이는 평소에는 잘 먹을 수 없는 가격이다. 이영우 회장과 권순호 부회장이 고깃값을 찬조했으므로 걱정하지 말고 먹으라고 했다. 꽃비가 내리는 데서 공도 치고 맛있는 고기도 먹고 나오니까 너무 좋다고 했다.4월 말이면 삼락 파크골프장도 문을 열 테니 이제 여기까지 올 일은 없겠지만, 멀리까지 와서 공도 치고 맛있는 고기도 먹고 모두가 즐거운 하루였고 소확행이었다.*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