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밀알툰은 제4회 스토리텔링 공모전 ‘일상 속의 장애인’에서 에이블뉴스 대표상을 받은 윤종환 씨의 “엄마의 브로콜리”을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그림은 펜끗 작가가 맡았습니다. 밀알툰을 무단 사용 및 변형,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밀알툰 사용 문의: pr@miral.org
[밀알툰] 엄마의 브로콜리. ©밀알복지재단미영: (스케치북에 작성된 말) 다크서클에 좋은 음식이 무엇이 있나요?처음 만난 날 미영씨가 내게 물어본 말이다.사회복지사인 나는 미영 씨의 국어공부를 돕고 있다.청각장애로 살면서 말이 어눌한 미영 씨는 하소연하듯 말했다.미영: 아이가 태어난 날 세상을 다 얻은 것 처럼 행복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힘들고 죄책감이 들어요. 아이가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저는 잠을 못 자요.흔히들 육아 고충이라 하면 '밤마다 우는 아이 때문에 잠을 설친다'는 건데, 미영 씨가 잠 못 이루는 이유는 조금 달랐다.미영: 꿈속에서 아이가 울어서 일어나보면 아이가 자고 있어요. 다시 자려고 누우면 아이가 또 우는 거 같아요. 그래서 또 일어나요. 근데 제가 급히 가다가 넘어지는 소리에 아이가 깨서 울었어요. 너무 미안하고 속상했어요. 아이가 아프거나 배가 고파서 울어도 저는 알 수가 없어요. 아이 울음소리가 듣고 싶어요.미영 씨의 눈 밑으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말해주듯 진한 다크서클이 보였다.위로가 될 말들을 생각해봤지만 결국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대신 종이에 마음을 담아 몇 자를 적어 건넸다.나: (스케치북에 작성된 말) 다크서클에는 브로콜리가 좋대요.그녀에게 진짜 필요한 보약은 사실 브로콜리가 아닌, 바로 '잠'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브로콜리를 먹으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길 바랐다.이후 미영 씨에 집에 방문할 때마다 그녀는 내게 정확한 발음으로 이야기하며 주스 한 잔을 건네준다.미영: 브.로.콜.리!여전히 미영 씨는 아이 걱정으로 잠을 설친다. 하지만 그녀에겐 다크서클을 없애줄 브로콜리가 있다. 이 작은 채소의 힘으로 그녀가 장애인 엄마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란다.-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