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 본지 지적에 2억 넘게 투입
- 복지관 일대 보도정비 사업 진행
- 단차 없애고 점자블록 바꿨지만
- 아직 요철 있고 노란블록도 끊겨
- 구청장 “미흡한 부분 더 고칠 것”
“1년 전 국제신문 보도를 계기로 직접 휠체어를 타고 남구장애인복지관 일대를 돌아봤는데 장애인 보행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절감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남구도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머네요.”
오은택(앞줄 왼쪽 두 번째) 부산 남구청장과 국제신문 사회부 박수빈(〃 세 번째) 기자가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남구 대연동 남구장애인복지관 일대에서 각각 휠체어를 타고, 저시력장애 체험 고글을 착용한 뒤 장애인 보행환경 체험을 하고 있다. 남구 제공
지난 19일 부산 남구 대연동 남구장애인복지관이 주최한 ‘명사 초청 보행환경 체험’ 행사에서 오은택 남구청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오 구청장과 국제신문 취재진은 직접 수동 휠체어를 타고 300m가량을 이동하며 장애인 보행 환경을 다시 점검했다. 이후 30분은 저시력장애 체험 고글을 착용하고 걸으며 문제점을 살폈다.
국제신문은 지난해 장애인의날을 맞아 휠체어를 탄 채 복지관 일대를 돌아다니며 장애인 보행환경의 열악한 실태를 확인(국제신문 지난해 4월 20일 2면 보도)했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이곳은 눈에 띄게 바뀌어 있었다. 깨지고 튀어나온 보도블록으로 가득했던 보도는 평탄하게 바뀌었다. 복지관 이용자의 주요 생활권에는 가게 정문마다 경사로도 설치됐다. 노란색 시각장애인용 보도블록이 마련된 곳도 생겼다.
남구는 지난해 본지 보도에 따른 후속 조치로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총사업비 2억5000만 원을 들여 남구복지관 일대의 보도정비 사업을 진행했다. 다음 달부터는 유엔로 208 일원에도 총사업비 2억 원을 투자해 단차를 없애고, 무채색인 점자블록을 노란색으로 바꾸는 등 장애인 보행 환경 개선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1년 만에 많은 부분이 개선됐지만, 직접 휠체어를 타보니 아직 현장에는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 보도의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아 휠체어는 자꾸만 도로 쪽으로 미끄러졌다. 보도의 중앙으로 올라가기 위해 최대한 바퀴를 밀었지만 경사를 거스르며 앞으로 이동하기에는 힘이 턱없이 부족했다. 경사 때문에 출발 3분도 되지 않아 전완근에 통증이 시작됐다. 나아가지 못한 채 버티고 서 있는데 점차 힘이 빠져왔다. 이대로 힘을 빼면 휠체어가 보도를 벗어나 도로로 미끄러질 것만 같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취재진이 사색이 되자 뒤에서 도움을 주던 사회복지사가 휠체어를 밀어줘 간신히 보도 한가운데로 올라갈 수 있었다.
도로 위 요철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육안으로는 매끈해 보이는 보도라도 실제로 휠체어를 타고 가니 조그마한 홈에도 휠체어가 크게 요동쳤다. 하수구 구멍에 바퀴 앞쪽이 걸려 갑자기 휠체어가 멈출 때는 순식간에 온 몸이 앞으로 쏠렸다. 작은 턱에 부딪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요철을 내리막길에서 만나면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았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노력도 더 필요해 보였다. 취재진이 저시력장애 체험 고글을 쓰고 걸으니 흐릿한 시야 사이로 사물의 존재 여부와 색만 간신히 구분할 수 있었는데, 보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노란색 보도블록도 끊기자 한 걸음을 내딛는 것도 어려웠다. 특히 유엔로 일대 보도에는 아직 시각장애인용 보도블록이 회색으로 남아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날 함께 체험한 오 구청장은 “지난 1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장애인 보행 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 최소한 장애인이 자주 드나드는 장애인복지관 일대만이라도 완전한 베리어프리존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출처:국제신문 2024년 04월 26일 기사